Six-party talks after DPRK nuclear test

12월 18일 월요일 아침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북경에서 막을 올렸다. 회의장 모습은 지난 회의들의 모습과는 별 다른 게 없지만 북핵실험이라는 그간의 변화가 회의장 분위기를 압도하는 듯 하다.

2009년 9월 19일에 채택한 공동성명 속에 들어있는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한반도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6자회담이 열리는 것은 2005년 11월 이래 13달여만이고 2006년 10월 9일 북핵실험으로부터는 2달여만의 일이다.

한, 미, 일 3국은 북핵실험과 6자회담재개 사이의 시간대에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내 강조하였다. 핵무기보유국으로 인정되지 않는 북을 성원국으로 하여 북핵철폐를 이끌어내기 위한 6자회담이 도대체 성립부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성립은 그렇다치고 결과는 무엇일까?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뜻일진대 이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북에게는 핵무기가 없다는 뜻일까? 이 말은 물론 아닐 것이다. 비록 북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한들 핵구락부(nuclear club)의 어엿한 성원으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북을 핵구락부성원 내지 핵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일본, 타이완, 필리핀 등에 대해 핵무장을 꿈꾸지 말며 비핵보유국으로 지내되 미국의 핵우산을 쓰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북핵실험 직후 펼쳐진 라이스 미국무장관 대외활동의 골자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의 내노라 하는 정치가, 정객들이 라이스의 면전에서 비핵보유의 맹약을 다졌다. 그리고나서는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교성을 내놓았다.

핵국 위선의 상징인 핵구락부에서 회장이라고도 할만한 미국이 이처럼 오묘한 섭리를 현시하는 것은 어찌보면 인정할만 하다. 위선의 명과 실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이 이같은 입장을 되풀이하여 강조하고 확인하는 것은 허전하기만 하다.

역사상 피식민지, 종주국이라는 신분차별은 현실상 피보호국들이라는 신분평등으로 진화했다는 말인가?

미국은 이번 회의의 개막을 앞두고 《안전에 관한 서면보장의 발행》이라든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라든가 하는 공약들을 《실천할 수도 있다》는 풍선을 마침내 뛰워 올렸다. 그동안 북에 대해 핍박만 일삼아온 미국으로서는 일종의 태도변화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겉면의 변화는 지난 10월의 북핵실험의 여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외교적이고도 평화적인 유일한 해법》인 6자회담으로의 복귀에 대해 부담을 가장 크게 느낄 당사자는 아무래도 미국일 것이다. 이 점은 제5차 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점 더 뚜렷이 부각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번 회의 내내 《한반도비핵화》를 위해선 《북, 미 쌍방의 핵무기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북이 들이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회의들에서라면 핵무기가 없는 북이기에 《미국의 핵무기 철폐》를 내걸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5차 회의에서부터는 사정이 결정적으로 달라져 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든 말든, 이상론이든 현실론이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북이 바야흐로 핵보유국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은 이번 회의부터는 더욱 본격적으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폐하라》고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나올 것이다. 그 압박은 적어도 지난 기간 내내 미국이 북에 대해 가해왔던 핍박과 정비례할 것이다. 그런 회담장에 입장한 미국이 과연 어떻게 응대할 것이며 이번 회의가 과연 어떤 결말을 산출할지는 아무래도 두고봐야만 알 것일까? 안봐도 뻔하지 않을까?

과연 누구의 뜻에 따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를 구획선으로 하여 동아시아에서는 5핵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비핵보유국들이여, 제발 핵보호우산이 필요 없을만큼 핵날씨가 언제나 쾌청하길 빌 따름인저.